비자이야기


  이번에는 전할 이야기에는 사진은 없고, 내용이 굉장히 길어요.  

  비자는 선교사에게 무척 중요한 이슈입니다. 비자가 없으면 그 나라에 거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관광으로 가는 것은 쉽지만, 거주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몇 가지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이 있다거나, 사업을 한다거나, 정식 선교사로 등록이 된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태국은 선교사비자가 있는 나라이지만, 선교사 비자의 TO 가 정해져있고 태국 교단에 관련된 일을 해야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학생보호자로써의 비자(가디언 비자)를 준비해왔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학생비자를 받으면 그 부모에게 가디언 비자를 줍니다. 그것을 위해 여러가지 까다운로운 조건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준비해서 태국으로 왔습니다. 

  처음에 관광비자로 입국하여서 이곳에서 학교 입학과 서류를 만든 뒤, 다시 제 3국으로 나가서 거주할 수 있는 학생비자와 가디언비자를 만들어 와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태국에 온 후 5일뒤 대구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더니 코로나의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전세계가 팬더믹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태국에서 학생과 가디언 비자 서류를 준비해서 한국으로 다녀오려고 준비해왔는데 한국에 코로나가 심해져서 학교측에서 한국에 가지 말고 라오스로 다녀오길 권했습니다. 저희는 비자서류비용을 다시 내고 라오스로 서류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라오스도 코로나로 인해서 문이 닫히게 되었고 저희 비자를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큰 딸 아이가 현지 학교 썸머스쿨을 참석해보더니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여서 선교지에 온 것을 무척 어려워했습니다. 친구들도 다 헤어지고, 좋아하던 모든 것들도 한국에 두고, 이곳에 끌려 왔는데, 말도 안통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것같은 조금의 기대를 갖고 간 학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고, 태국에 있는 아이들과 중국아이들 사이에서 있는게 너무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여튼 선교훈련 때에 듣기만 했던 그 MK 문제를 실제로 경험하면서 무조건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받아줄수도 없는... 어려움들을 만났습니다.  나름 25년동안 중고등부 사역만 해왔고, 청소년 사역자로 내 스스로를 자부하였던 저는 더욱 절망스러웠습니다. 좋은 목사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아빠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아빠는 정말 어렵더라구요. 아무리 맛있는 것, 좋은 것, 유명한 것을 주고 데려가도 그것이 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거부하던 아이는 결국 학교를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좀 더 있는 다른 곳이나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고, 이로 인해서 아이의 비자와 그 보호자로 있으려 했던 저의 비자도 다시 준비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한국에 가서 마음을 좀 정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저희는 그 뜻을 받아들여 5월초에 14살 난 여자아이를 혼자 비행기에 태워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잘 도착해서 자가격리도 혼자 잘 하고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희가 6월쯔음에 비자를 위해서 한국에 돌아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태국은 코로나로 인해서 점점 문을 닫았고, 급기야 외국인 입국금지를 해버렸습니다. 저희들이 한국에 가면 다시 들어오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제 선교지에 와서 정착하고 있는 이 때에 한국가서 못들어오면, 선교정착이 어려워지고, 이 시국에 선교지에 있으면서 현지인들을 돌아보고 격려하는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태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비자를 자동연장해주었습니다. 저희 비자는 5월 15일까지 였는데, 자동 연장이 되면서 7월 30일까지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비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입니다. 코로나가 줄어들면 한국으로 다녀오자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이곳의 국제구호 단체들을 통해 자원봉사자로 등록을 하면 발런티어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다녀와야했고, 모든 비자가 한국에 가서 만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여러가지 방법들을 찾아보았지만 전부 한국에 가서 만들어 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7월이 되면서 태국에서 외국인 입국을 조금씩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건과 과정이 너무 까다롭고 14일 자가격리를 위한 호텔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한국에 갈 엄두가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략 한사람당 500만원 이상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  모 어학원을 통해 제 3국에 나가지 않고 태국내에서 비자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비용도 굉장히 비쌌습니다. 한국에 있는 큰 딸을 제외하고 저와 집사람과 둘째딸이 하면 거의 5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비용이었습니다. 다른 방법들을 더욱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고, 500만원을 주고 비자를 사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한국에 갔다고 오는 것보다는 훨씬 비용이 적게 드니까요. ^^;

 

  기도하던 중, 파송해주신 교회에 감히(?) 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교회가 어렵고 코로나로 더욱 힘듦이 있는데 이런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저희 가족이 비자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큰 딸은 다른 학교에서 입학을 허락해 주셔서 그 쪽을 통해서 비자서류를 만들었고, 한국에서 행정처리가 남아있습니다. 태국에서 직장비자와 국제학교학생비자 정도로 아주 긴급한 상황에 대해서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고 조건도 까다롭지만 아이가 다시 한국에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

 

  아직 비자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입국할 때 부터 지금까지 아주 길었던 비자싸움(?)이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 어찌됐든 방법을 찾았고, 거의 해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선교사로 나오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행정적으로도 미리 방법들을 찾아서 다 준비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준비했던 대로 된게 별로 없습니다. 되던 일도 안되고, 준비했던게 막히고, 모든 사람이 처음 경험하는 사태인지라 선배선교사님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태국 이민국 직원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아무도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 상황들이 계속 지속되면서, 정말 '하나님 밖에' 없도록 만들어 가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하려고 하고, 내가 준비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하나님은 ^^~~  그분을 의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가십니다.  

 

여러 가지 일들과 수많은 변수들 가운데...  

내가 '무능'하다고 느낄 때마다...  

더욱 그분의 '전능'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분의 전능하심이 더욱 빛남을 바라보며

그분의 나의 주님이시고,

나는 그분의 종됨을 더욱 고백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통해 

선교지를 경험하고

선교를 배우고

선교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글이 엄청 길었네요 ^^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IMG_0388.jpeg